HERITAGE MANSION, ITAEWON

POP-UP
1st – 24th Sep 2023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70 이태원 헤리티지 맨션
@170, Itaewon-ro, Yongsan-gu, Seoul (Itaewon Heritage Mansion)

WORKSHOP
1st – 24th Sep 2023
9 places in Itaewon
@노노샵
@불필요상점
@시티백
@이태원교집합
@PDF SEOUL
@BARBOO
@BOLERO
@WARPED.
and @Itaewon Heritage Mansion
 
 

돌아보면 이태원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신화처럼 전해졌습니다. 외국인 인파 속에서 역으로 이방인 됨을 경험하는 거리, 생소한 미각의 향연이 펼쳐지는 세계음식 식당가, 컬트적인 음악이 울려 퍼지는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열기까지. 이 모든 것은 낯섦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와 서브컬쳐만의 신비로운 아우라 사이 그 어딘가에서 수많은 세대에 걸쳐 도시전설처럼 떠돌았습니다.

혹자에겐 위험한 동네로 금기시되기도 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이들에게 매혹적인 경험과 거대한 영감을 선사해 온 동네. 이태원이 지닌 양면성의 근원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자발적 혹은 타의로 축적되어온 이 지역만의 굴곡진 타임라인과 궤를 같이합니다.

서울 강북 도심에서 밀려난 빈민들의 주거촌으로 처음 개발된 이태원에는 이내 ‘기지촌’이란 이름표가 붙었습니다. 미군 병사들을 상대하는 상권으로서 이태원에는 미국 본토의 동시대 문화를 이식한 주점, 상점, 식당, 클럽 등이 문을 열고 성업했습니다. 상당수 매장이 내걸었던 ‘내국인 출입 금지’란 문구는 강렬한 첫인상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유롭게 드나들기 어려운 금단의 동네란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었죠. 그러나 이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던 독보적인 문화가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해준 기반이 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태원이 한국 대중음악에 남긴 거대한 족적을 들 수 있습니다. 1970년대 국내 대중음악계에 스탠더드 팝과 록 장르를 이식한 것은 미8군 전속 악단과 이태원 일대 클럽에서 활동하던 뮤지션들이었습니다. 이후에는 이태원 클럽을 드나들던 댄서와 DJ들이 1990년대 힙합/댄스 장르의 비약적인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이 지역에 정착한 이방인은 비단 미군에 한정되진 않았습니다. 우사단로 초입에 이슬람 성전이 완공된 이래로 정착한 무슬림들은 할랄 푸드, 터키쉬 퀴진 등 아랍 문화권의 음식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또한, 지역에 하나둘 모여든 LGBT 성소수자들은 클럽씬과 인디 예술계를 망라하며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했습니다.

다양한 배경과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창조해 낸 이태원의 로컬 문화는 구성원의 면면만큼이나 패치워크와 같은 복합적인 양태로 발현되었습니다. 일견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각양각색의 문화이지만, 그들 모두는 근본적으로 ‘자유’란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문화적 치외법권 지역으로 이질적인 문화 생태계를 수용할 수 있었던 이태원은 자연히 사회적 타자로 간주되어 온 수많은 계층과 그들의 문화를 집결시켜 왔습니다. 당대의 사회적 풍토로 인해 폭넓게 수용되기 어려웠던 음악, 패션, 음식, 공간 등은 ‘자유로운 상상과 창작, 그리고 유희’를 찾아 이곳에 모여들었습니다.

그 결과 이태원은 시대를 막론하고 대중문화의 사각지대, 그리고 장르 음악의 최전선에서 조용히 에너지를 응축하며 잠재력을 키워가는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의 산실이 되어왔습니다. 다양한 문화에 포용적이고 심지어는 스펀지처럼 흡수해 온 이태원 특유의 개방성과 역동성이 이러한 파급 효과의 기저에서 큰 역할을 해냈죠. 결국 우리 안의 섬으로 여겨진 이태원만의 독특한 지역성은 역으로 수많은 서브컬쳐의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게 한 일종의 방주로서 기능해 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반합을 통해 진화하는 문화의 내재적인 성향은 이러한 서브컬쳐 콘텐츠를 메인스트림으로 밀어 올려 신선한 반향을 이끌어내곤 했죠.

”이태원 헤리티지”

그것은 ‘자유 지향적인 문화’의 총체로서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이태원의 로컬 문화를 의미합니다. 세대와 트렌드를 막론하고 독특한 지역성을 바탕으로 한 이태원의 문화는 창조적인 에너지와 역동성을 뽐내왔고, 이는 한계를 두지 않는 개방적인 애티튜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을 비롯해 오랜 기간에 걸친 일련의 난관 속에서 이태원 또한 유례없이 위축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하지만 우린 언제나 불안정성 속에 시대를 선도하는 문화를 제안해 온 이태원만의 DNA를 믿습니다. 되려 오랜 거리두기의 여파로 아직은 회복이 요원한 사회적-문화적 다양성과 자유로운 창작의 가치는 오직 이태원으로부터 다시금 뿌리내릴 수 있는 요소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에서 이태원 헤리티지를 되짚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태원에 뿌리 삼아 콘텐츠를 만들어 왔거나, 이태원 문화의 가치에 공감하는 크리에이터들은 다시 이곳에 돌아올 것입니다. (RETURN) 그들은 ‘헤리티지 맨션’으로 명명한 로컬 공간에서 이태원의 지역성과 문화적 가치에 대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대화와 콘텐츠를 통해 나눌 것입니다. (REMIND) 지역의 소중한 유산을 다시 되짚는 이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이태원의 새로운 전기를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BOUND)

음악, 음식, 예술 등 장르와 분야를 아우르는 워크샵과 팝업을 통해 우리가 엮어낼 모든 이야기들은 이태원의 어제와 오늘을 경험하고 살아온 이들이 증언하고 소개하는 이태원의 유산들입니다. 저마다의 다름으로,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상상들의 모음집. 가장 모자이크적인 동네 이태원을 돌아봅니다.

어반플레이 URBANPLAY
 
 

INTERVIEW ARCH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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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강필호
Photo by 김한준
Website Designed by Eunjoo Hong, Hyungja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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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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