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스풀 바버샵은 어떤 공간인가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블리스풀 바버샵은 기본적으로는 맨 스타일링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용샵이지만, 나아가서 저희는 안식처와 같은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발만 하고 가는 것보다도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내실 수 있도록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실제로 고객분들이 저희 바버들과 개인적인 얘기도 많이 나누면서 힐링하러 오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마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살롱에 가까운 공간이라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말씀해 주신 대로 바버샵은 기본적으로 헤어 스타일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지만, 삶을 가꿔 나가는 태도를 가진 분들이 모이는 일종의 취향 공동체 같다는 인상을 받고는 합니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없진 않지만, 되려 바버샵이 매니악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서 쉽게 방문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짧은 머리만 한다, 너무 무거운 분위기의 공간일 것 같다는 등의 선입견을 가진 분들도 많죠. 물론 바버샵의 기원을 생각하면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요즘은 바버샵도 진화하고 있거든요. 바버들이 긴 머리 스타일링이나 염색, 펌 등을 배워 다양한 스타일링 서비스를 제공해 드립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는 점,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점, 나아가서는 세심한 일대일 서비스를 통해 내적 친밀감을 쌓아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맘 편히 방문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보통 바버를 업으로 삼으시는 분들은 어떤 과정과 계기를 통해 입문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함께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미용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입문하는 편이고, 바버마다 각자 개인적인 계기와 과정은 조금씩 다른 편입니다. 선우 바버의 경우에는 부모님과 큰아버지가 모두 미용을 하셨는데 아무래도 가족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경우고요. D2 바버는 중학생 때부터 헤어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아 친구들 머리를 도맡아 만져줄 정도였는데, 개인 사정으로 대기업을 오래 다니다가 바버로 전업한 케이스입니다. 동혁 바버는 17살부터 미용 자격증을 취득해서 미용실 스태프, 대학교 미용과 등 차근차근 커리어를 밟아오다가 바버샵 문화가 서서히 정착하던 시기에 본격적으로 바버 일을 시작했고요. 제각각 걸어온 길이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남성 헤어 스타일링 자체에 특히 관심을 두는 편이라는 점, 바버샵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미용 관련 교육을 수료하거나 관련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부분은 여느 미용사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더없이 행복한’이란 메시지를 다양한 온라인 게시물을 통해 강조하고 계십니다. 이와 같은 메시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애티튜드나 가치관으로부터 비롯되는지 궁금합니다.
Happy, Bless, Bliss 모두 행복을 뜻하지만 ‘Blissful’은 그걸 넘어 더없는 행복을 의미하거든요. 동혁 바버가 어린 시절부터 그 단어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개인적인 신조랄까요? 삶의 태도를 상징하는 단어 같은 건데, 어느 정도냐면 블리스풀이란 단어를 손에 타투로도 새겼을 정도입니다. 바버샵에 관해서도 마찬가지 의미를 담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손님들께 제공하는 서비스 그 이상의 행복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저희 나름의 약속이기도 하고요. 스스로도 더없이 행복하게 일하자는 일종의 다짐을 담은 단어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기업,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장년층이 스스로의 멋을 발견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장 운영 이외에도 이러한 외부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계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혹시 ‘더뉴그레이 클럽’을 알고 계신가요? 감각적인 시니어를 위한 클래스를 진행하는 소셜 클럽인데요. 해당 클럽을 운영하고 계신 대표님과 D2 바버의 오랜 인연으로 외부에서 스타일링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외부 프로젝트를 하면서 숍에서 손님분들을 응대하는 것과는 또 다른 감정들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이를테면 롯데백화점과 협업했던 시니어 스타일링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700: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많은 분들께서 신청해 주셨어요. 그러면 아버님을 스타일링해드리고 촬영하는 그 자리에 남녀노소 모든 가족분들이 모두 동행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다른 종류의 뿌듯함을 가득 느끼게 됩니다. 더뉴그레이 대표님과의 소중한 인연, 그리고 뜻깊은 성취감이 있는 한 앞으로도 이런 다양한 외부 프로젝트를 꾸준히 해나갈 예정입니다.
블리스풀 바버샵을 준비하시면서 다양한 지역을 고려하셨을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 이태원 지역을 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바버샵은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는 곳이잖아요. 그런 성격을 고려했을 때 이태원은 자유도가 높은 동네라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태원 지역 자체도 자유분방하고 개성 강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동네와 어울리는 캐릭터를 지닌 공간이라는 일종의 시너지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요. ‘적어도 이태원에 있는 바버샵이라면 이래야지’에 가까운 느낌이랄까요?
블리스풀 바버샵이 문을 연 이후로 어느덧 3년이 되었습니다. 직접 공간을 운영하며 경험하신 이태원은 어떤 동네였나요? 이태원 하면 떠오르는 단어로 표현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태원 프리덤’이라는 노래도 있듯이 이태원은 정말 자유로운 동네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선입견 때문에 좀 멋진 사람들이나 개성 있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쉽사리 방문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실제로 와보시면 오히려 자신감이 차오르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이태원 사람들은 스스로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자유 역시 존중하거든요. 어떤 선입견에도 구애받지 않고 각자만의 개성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대할 때도 편견 없이 서로 호응해 주고, 그러다 보면 모르는 사람과 서로 칭찬하고 친해지는 경우가 정말 흔하고요. 다소 강렬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선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런 동네입니다.
코로나 사태를 비롯한 여러 악조건 속에 이태원 지역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직접 지역 내에서 활동하고 계신 입장에서 이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어느덧 참사 이후로 1년이 다 되어 가는 데 우선은 정말 안타깝죠. 안 그래도 지역에 대한 선입견이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를 비롯한 사건·사고가 발생했잖아요. 그때는 정말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막막했고 지역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정말 무거워졌습니다. 미디어에서도 이태원 일대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보도를 연일 내놓는 것에 다소 섭섭한 마음도 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태원 모든 상인분들께서 정말 진심으로 노력하고 계시거든요. 정말 피땀 어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당장은 다소 어렵지만 노력하다 보면 다시 예전의 이태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