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커뮤니티 라디오
이태원 헤리티지 맨션 묻고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 답함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
서울커뮤니티라디오(SCR)는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문화를 소개하는 한국 최초의 라디오 플랫폼입니다. 전세계를 아우르며 유능한 로컬들과 24시간 함께 하고 있습니다.

Independent Underground Radio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다소 생소하게 여길 수 있는 분들께 독립 라디오 플랫폼과 SCR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울커뮤니티라디오(이하 SCR)는 국내 최초의 언더그라운드 전자 음악 전문 미디어 채널로서 지난 2016년부터 라이브 스트리밍 기반의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송출해 왔습니다. 기본적으로 재능 있는 로컬 뮤지션들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에 집중해 왔고요. 나아가서는 세계 각국의 언더그라운드 전자 음악 관련 최신 트렌드를 국내에 소개하기 위한 콘텐츠도 제작해 왔습니다. 독립 출판, 독립 영화 등의 인디펜던트 미디어가 그러하듯 독립 라디오 플랫폼 역시 주류 미디어의 사각지대에 놓인 서브컬처를 독자적인 관점에 따라 조명할 수 있다는 장점과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SCR 역시 테크노, 정글, 드럼&베이스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활동 중인 DJ들의 믹스셋을 소개하고 신인 뮤지션을 조명해 왔습니다.

주로 온라인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2년 동안의 코로나 사태는 역시 녹록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SCR이 전개하는 다양한 활동과 그 방향성이 코로나 전후로 바뀐 부분이 있을까요?

우사단 스튜디오에서 지금의 녹사평 스튜디오로 이전하자마자 코로나 유행이 시작되었거든요. 그렇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코로나 기간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금전적으로는 계속 어려웠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말씀드리는 건 아니고요. (웃음) 당시 클럽을 비롯한 오프라인 공간들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에 SCR과 같은 채널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활동이 집중됐거든요. 그래서 그 기간 동안에는 클럽 파티의 느낌을 낼 수 있는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기도 했는데, 엔드 코로나를 맞아서 페스티벌을 비롯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앞선 답변의 연장선에서 현재 SCR이 집중하고 있는 활동과 앞으로의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스튜디오 콘텐츠 제작 활동을 통해 SCR은 탄탄한 언더그라운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서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죠. 대표적으로 양양 하조대에서 선보인 비치 페스트 ‘HAZODAZE’와 가장 한국적인 공간인 찜질방에 레이브를 결합한 파티 ‘JJIMJILBANGDAZE’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저희 내부적으로는 온라인 채널의 영향력을 오프라인에서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는 사실에 뿌듯한 성취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라디오 채널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음악적인 네트워크와 기술적인 역량을 활용해 한국적인 여러 요소들을 탄탄한 구성으로 재밌게 풀어낸 파티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물론 스튜디오 콘텐츠 역시도 한층 더 흥미로운 기획을 통해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고요.

SCR이 조명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 관련 콘텐츠의 일반적인 특질이 있을까요? SCR이 주목하는 장르, 뮤지션 등의 큐레이션 방향을 여쭤보는 것으로 이해하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사실 조명하는 장르는 시기에 따라, 음악계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그 가운데 일종의 경향성이 있다면 그건 언제나 트렌드보다 한발 앞서 생소한 장르들을 소개하고 관련 콘텐츠들을 제작한다는 것이겠죠. 대표 사례로는 뉴진스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국내에서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장르 ‘저지 클럽’을 들 수 있겠네요. 정확히 1년 전 SCR에서 저지 클럽 파티를 할 때만 해도 꽤 생소한 장르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온갖 장소에서 저지 클럽 장르의 곡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게 됐거든요. 이처럼 정말 다양한 음악이 SCR을 거쳐 가고 그들 중 상당수가 생소한 장르이지만, 때론 시간이 흘러 그런 장르들이 대중음악 전반의 흐름을 뒤흔들기도 합니다. 이런 음악들을 포용하고 소개하는 것 자체가 SCR의 가치이자 방향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전자 음악을 콘텐츠로 삼는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장소성을 지닌 클럽과 라디오 스테이션 사이에 뚜렷한 차이점도 존재할 것 같습니다. 라디오 스테이션을 통한 활동과 클럽 베뉴의 활동 간에는 어떤 차이점이 존재할까요?

앞선 답변과 일부 동일한 맥락인데요. 방문객을 상대하는 클럽 베뉴들은 부득이하게 대중적인 인기 장르 위주로 음악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디펜던트 라디오는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장르를 자유롭게 선곡할 수 있죠. 다른 한편으로 SCR은 훌륭한 스튜디오 프로듀서진을 보유하고 있고 상당한 퀄리티의 라이브 연주 콘텐츠, 그중에서도 생소한 장르의 라이브 연주를 선보이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단순히 어떤 음악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트렌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음악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열정을 나누고자 합니다. 클럽에서는 현실적인 여건상 그렇게 하기 어렵지만, SCR에서는 모든 게 가능합니다.

보광동에 스튜디오를 두고 활동하시다가 현 위치인 녹사평대로 인근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이태원 일대에 머무르며 활동해 오셨습니다. 스튜디오 이전을 결정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원래 SCR 스튜디오는 우사단길 끝자락에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규모의 지하 공간이었는데 아무래도 습도가 높아서 장비 고장이 잦기도 했고, 콘텐츠 촬영 이외에는 다른 어떤 이벤트를 진행하기 어려웠어요. 이를테면 로컬 아티스트가 EP를 내는 등의 활동 이슈가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팝업 이벤트를 해보고 싶었는데, 접근성으로 보나 공간 컨디션으로 보나 제약이 많았던 거죠. 그래서 지금의 녹사평 스튜디오로 이전을 결정하게 되었고요. 옮긴 이후에는 라디오 스튜디오 본연의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경험해 온 이태원 권역은 어떤 곳이었나요?

두 팔 벌려 누구나 환영하는 그런 느낌의 동네랄까요? 언제, 누구와, 어떤 이유로든 갈 수 있겠다는 그런 열린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때론 동네의 면면이 다소 거칠고 투박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걸 갖춘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들기도 하죠. 특히 다양성을 빼놓고 이태원을 얘기할 수 없을 텐데요. 거대한 LGBTQ+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고, 클럽과 바를 비롯한 수많은 베뉴들이 독창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콘텐츠를 선보입니다. 특히 서울을 대표하는 중심가 가운데서도 압구정, 홍대 등과 비교해 보면 이태원 특유의 다양성을 더욱 뚜렷하게 체감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국내 음악 씬에서 이태원이라는 지역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야말로 언더그라운드, 아웃사이더적인 지역이라고 봅니다. 때때로 이질적인 면모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런 곳이 없다면 모든 문화는 획일적인 모습이지 않을까요? 평범함을 거부하고 나아가 트렌드를 흔드는 이태원 같은 지역이 있기에 음악을 비롯한 문화는 언제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질적이기 때문에 독보적인, 그런 동네인 것 같습니다.

지역 내부의 분위기와는 별개로 많은 이들이 이태원을 가리켜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코로나 시기를 지난 뒤 최근 이태원의 동향에 대해 직접 경험하신 바 또는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태원에 살고 이태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올해 초까지는 길거리가 굉장히 횅하더라고요. 그래도 최근에는 제법 사람이 모이고 상권도 회복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만 장사를 20년 넘게 해오신 한 사장님이 ‘다음에는 뭐가 터질지 무섭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무거운 마음은 여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다른 한편으로 이태원은 외부 방문객이 많은 동네인데, 정작 이태원 로컬이라고 볼 수 있는 분들의 책임이 아닌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한 것에서 일종의 답답함도 어느 정도 느낄 수밖에 없고요. 저희 입장에서는 이태원에서 대규모 이벤트를 만들어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게 아무래도 안타까운 점입니다. 2016년부터 꾸준히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 온 이태원지구촌축제의 올해 개최 여부도 여전히 불확실하고요. 올해 할로윈은 당연하게도 추모의 분위기로 보내게 되겠죠.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태원에서 많은 사람들과 음악을 나눌 수 있는 기획을 내는 게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이태원 지역의 문화가 이러한 모습으로 나아가길 희망하시는 바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태원의 특성상 코로나 기간 수많은 공간들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력이 가득했던 많은 공간들을 이젠 볼 수 없게 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적어도 그런 공간들에서 엿볼 수 있었던 이국적이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면면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미군 기지 공원화, 지역 재개발 등 수많은 변수를 앞두고 있지만 적어도 프랜차이즈 점포 가득한 여느 동네처럼 평범해지진 않았으면 합니다.

끝으로 ‘이태원’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를 소개해 주세요.

굉장한 ‘회복력’을 가진 동네죠. 이태원 사람들은 코로나를 비롯해 온갖 사건사고와 편견 어린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지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어요. 심지어 지역을 지키기 위한 이런 노력은 근 몇 년간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수십 년 전부터 한결같이 이어져 왔다고 봐도 무방하고요. 어느 시대에나 이태원 사람들은 동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었고, 넘어져도 일어섰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