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라
이태원 헤리티지 맨션 묻고
VISLA 권혁인 편집장 답함
VISLA
2012년 설립된 VISLA 매거진은 웹진으로 출발해 현재는 종이 잡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라디오 스테이션, 오프라인 공간으로까지 그 영역과 범위를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하위문화(Subculture)가 지닌 문화적 특질로부터 세계 곳곳에 자리한 문화 기반에서 솟아 오르는 다채로운 영감과 텍스트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2023년도 어느덧 절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VISLA의 2023년 상반기 근황이 궁금합니다.

상반기에는 VISLA FM을 런칭하고 정착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였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매거진을 새로운 분위기로 쇄신하는 데 에너지를 쏟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온전히 뒤로 하고 맞이한 사실상 첫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VISLA가 전개하고 있는 활동과 그 방향성이 코로나 전후로 바뀐 부분이 있을까요?

온라인 상의 작업 이외에도 오프라인 파티나 이벤트를 기획해 왔는데, 지난 몇 년간 팬데믹으로 중단된 프로젝트가 많아 답답한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사람들과 스킨십할 수 있는 일들을 꾸미고 있습니다. 해외 교류도 멈춰있던 상황이라 향후 더 많은 아시아 나라들, 유럽과 미국까지도 VISLA가 닿을 수 있도록 준비해보려 합니다.

VISLA를 접했을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생소하지만, 독특하고 매력적인 온갖 문화’를 알아가는 충격과 재미를 느꼈습니다. 통칭 서브컬처에 대한 취향과 관심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요?

형을 통해 어깨 너머로 듣고 보던 해외 뮤직비디오와 음악에서부터 제 취향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단서들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준 문화는 아무래도 힙합이었습니다. 당시의 힙합 음악과 문화는 대중가요와는 좀 다르게 어딘지 음침하고 어둡고 반항적인 구석들이 많았거든요. 이후로 많은 문화를 경험했지만 힙합을 빼고서 제 취향을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앞선 질문과 관련해서 VISLA가 조명하는 서브컬처 콘텐츠의 공통된 특질이 있을까요?

독립적인(Independent) / 로컬(Local), 이 두 가지로부터 VISLA의 방향성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VISLA FM, QUEST 등 라디오와 공간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계십니다. 각각의 미디어와 채널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VISLA FM은 지역적인 측면에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 서울의 음악적인 색깔을 더 다채롭게 하고자 만든 플랫폼입니다. 디지털 피드에 떠도는 수많은 아티스트의 이름,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의 볼륨을 더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물론 이 도시의 음악적인 흐름 사이에 VISLA FM이라는 주파수가 존재하길 바랍니다. QUEST는 사무실을 옮길 때 재밌게 생긴 공간 구조에 매력을 느껴 갑작스레 떠올린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이곳은 손님과 친구들을 맞는 VISLA만의 방식이자 응접실의 개념인데 작은 바(Bar), 쉼터였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VISLA FM 스튜디오와 QUEST로 운영 중입니다.

서브컬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국내 서브컬처씬의 동향은 어떤가요?

물리적인 장소보다는 인스타그램을 위시한 디지털 플랫폼과 개인 또는 집단적인 움직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오프라인을 통해 벌어지는 일들의 빈도수나 힘이 약해졌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서브컬처 씬에서 이태원이란 지역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요?

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많은 서사가 잠들어있고, 한국인과 외국인이 뒤섞이며 독특한 형태의 관광 지역으로 자리 잡은 곳입니다. 필연적으로 언더그라운드 음악, 클럽 문화는 이태원이라는 자양분을 통해 성장했고, 따라서 이 지역에 적잖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지역에서 거주하고 활동해 오신 입장에서 주한미군, 이슬람 성원으로 대표되는 이국적인 지역성이 이태원 지역의 일상에 미친 영향을 체감하시나요?

우선 주한미군, 이슬람 사원, 대사관 등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게 된 태생적인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먹고 즐기는 문화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이태원이 아닌 곳에서 케밥집을 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이국적인 펍, LGBTQ를 위한 공간, 다양한 언더그라운드 댄스 클럽 등 유독 이태원이 지닌 고유한 색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태원 지역에서 가장 즐겨 찾으시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요?

가장 좋아하는 곳은 클럽 cakeshop입니다. 제 20대 중후반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클럽입니다. 이곳은 저뿐만 아니라 소위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을 사랑하는 이들의 터전 같은 곳이 아닐까 하는데요. 정말 수많은 로컬/해외 아티스트가 이곳을 거쳐갔습니다. 10년이 넘도록 cakeshop이 지켜온 방향성은 서울에서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기에 용감하고 대단한 일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태원을 가리켜 ‘예전 같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코로나 시기를 지난 뒤 최근 이태원의 동향에 대해 직접 경험하신 바 또는 생각이 궁금합니다.

이태원은 끊임없이 타오르고 식고 또 다시 새로운 에너지가 분출되는 곳이기에 지금 한 시점을 두고 속단하기엔 이르며, 아직 좀 더 함께 흘러가며 경험하고 확인하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셧다운의 후유증인지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다소 경직된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브컬처는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요?

사회, 문화, 정치적인 측면에서 대중문화가 떠안고 싶지 않아 하는 회색 지대가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가렵지만 긁지 못하는 여러 곳에 걸쳐 서브컬처 내 창작자, 커뮤니티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통해 그 갈증과 답답함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의 이태원 지역의 문화가 이러한 모습으로 나아가길 희망하시는 바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겪는 문제인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얼마나 자유롭고 조화롭게 지역이 자리잡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